주연 언니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타이완에 와서 나는 온갖 다큐들을 분양받았다.
제일 먼저 집어 든 것이 '아이의 사생활'이다.
- 1부 요약 - |
1부는 '남과 여'의 성에 대한 주제였다. 결론은 당연하다. 남자 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이므로 다르게 지도해야 된다는 것이다. 가령, 남자 아이들에게는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니? 어떻게 생각하니?"와 같은 질문이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해 예측하게 하는 것이 낫다. "네가 만약 이걸 하면 어떻게 될까?" "이 다음엔 ( )이러한 행동을 해라." 더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들은 반대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 조금 에둘러 짚어 주어야 한다. 또한 여자 아이들의 뇌와 남자아이들의 뇌는 그 구조가 다른 바, 여자 아이들은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고 또한 그 일들을 잘 나누어 해내는 반면 남자 아이들은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편이고, 체계성을 띠고 하는 것을 더 즐긴다. 뇌의 구조 상 언어 능력이 뛰어난 것은 또한 여자 아이들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 중에는 여자와 남자의 뇌의 구조가 혼재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대단히 독창적이고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
[2부] 도덕성,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나는 대만에 와서 한 아이를 통해 아이에 대해 또한 새롭게 깨닫고 있는 것들이 있다.
아이의 연령이 낮아질수록 누가 보더라도 선하고 누가 보더라도 좋은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무래도 태어난 직후로부터의 시간이 조금 덜 지났으니 사회적인 때가 덜 묻었을 것이고 그 사회적인 때 외에 사회적인 훈련, 교육이라는 훈련이 굳이 가미되지 않더라도 인간의 양심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선하다고 본 것이다. 그 동안 지내면서 어린 아이와 진심이 통하지 않았던 경우가 별로 없어서 조금 더 자신했던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양심이라는 것이 훈련되는 종류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태어나는 것이니만큼 교육으로 칠해지지 않는 상태 역시 비교적 싱싱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또 한 가지는, 어린 아이일수록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교사의 칭찬으로 움직이는 수동성이 높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내 칭찬이 아니라 본인의 만족에 따라 움직이고(따라서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며), 조금 더 도덕적인 것을 좋아하리라는 내 예측과 달리 도덕적이지 않은 행동을 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한다는 것, 그 관심을 받고자 하는 내면에는 끊임없이 무엇엔가 '불안'을 느낀다는 것을 조금 엿보게 된 것이었다.
그리 길지도 않은 4년임에도 내가 워낙 그 동안 고학년과의 사고과정에만 미쳐 있었던 것인지, 도무지 1학년 꼬마들의 생각하는 방식이 어떠한지에 대해 제대로 배워 보지 못해서, 사촌동생을 가까이에서 보고 같이 놀아 주던 경험이 아니었다면 나는 영영 이들과 어떻게 인사하는지조차 잘 몰랐을 법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덕성에 대한 2부 다큐를 보면서, 깨달은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저학년과 고학년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도덕성을 길러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2. 도덕성에 대해 지식적으로 아는 것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훈련을 교육적으로 많이 가미해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3. 자신의 도덕성을 위협하는 더 큰 유혹이 올 때에 이것을 어떻게 이겨야 할지, 나 자신에게 대입해 보아야 겠다.
4. 인간의 마음 속에 도덕성을 심어 놓으신 분, 그러나 그 인간의 도덕성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 다큐를 보며 또한, 인간에게 주신 자유의지가 결코 완전히 선한 것만을 향해 나가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인간이 가진 죄성의 한계라는 것을 느꼈다.
<밑줄 긋기>
1. 도덕성지수(만족지연)가 높은 아이가 학업집중도가 높고 성취도가 높다는 것은 이미 귀납적으로 밝혀졌다.
2.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최대의 변수는 이것이다. 나를 보호하고 있거나 나보다 높은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은 꺾인다. 과연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 '스탠리 밀그램'은 인간에 대한 가장 고통스러운 도덕성의 화두를 던진 사람이다.
자신의 실험을 위해 교사로 참가할 사람을 모집했다.
그 교사는 학생이 오답을 말하면 전기충격을 주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 실험 전에 누군가 당신에게 비인간적인 행위를 요구했을 때 당신은 따르겠는가?
92%는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는 이 실험에서 고작해야 0.1%만 전기충격기의 버튼을 누를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65%가 전기충격기의 450V를 선택했다.
예일대 교수의 권위, 4달러를 받았다는 의무감, 제국의 권위에 자신의 도덕성을 맡겨 버리는 것이 인간이다.
개인의 신념이나 인격만으로 이 변수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3. 4세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부도덕한 행동을 한 것과 의도적으로 부도덕한 행동을 한 것의 차이를 모른다.
즉, 결과에 따라 모든 행동을 판단한다.
4. 7세 아이들은 상대방의 호의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운다. 사회적 거짓말 즉, 남에 대한 배려를 배운 상태다.
<콜버스의 도덕성>
1단계: 벌과 회피, 복종
2단계: 욕구충족, 거래
3단계: 착한 아이의 평판
4단계: 법과 질서 중시
5단계: 사회계약(법도 사회적 약속의 하나다)
5. 모두 같은 속도로 도덕성이 발달하지 않는다
6. 도덕성의 요소 측정을 위한 도구를 활용해 도덕성이 높은 아이의 내면을 알아보자.
* 도덕성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정서적(양심,공감,이타성) + 인지적(자제력,책임감,분별력) + 행동적 + 미래 인생관
* 규범을 준수한 아이들과 규범을 어긴 아이들을 비교해 보자. 규범을 준수한 아이들의 내면은 어떠할까? 또한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의 인생관은 어떠할까?
1. 삶의 만족도: " 내 삶은 정말 좋다."
2. 지능은 변한다: "지능도 노력하면 좋게 만들 수 있다."
3. 낙관성: "나는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4. 좌절극복: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5. 희망: "다른 사람들이 포기하더라도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도덕성이 높은 아이는 이 다섯 가지의 총점이 훨씬 더 높다.
--> <결과분석>
1) 누구에게나 좌절은 온다. 그러나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높을 때 그 좌절은 극복된다.
남들이 포기해도 나는 그걸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
도덕성이 낮은 아이들의 특성은 좌절이나 실패를 더 크게 겪는다는 것이다.
나는 못할 거라는 것은 고정관념이자 편견이다.
나이가 어릴 수록 한결 더 유연한 사고를 한다.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
아이들의 편견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와인잔을 가득 채우고 있는 와인이 텔레비전으로 보인다. 텔레비전을 건들면 와인잔도 쏟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보이는 게 모두 진실이 된다.
세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한다.
* 1그룹은 인형을 못살게 구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 <결과> 9명 중 7명이 유사행동반응
* 2그룹은 인형에게 따뜻하고 친절히 대하는 행동을 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 <결과> 7명 중 3명 유사행동, 아무도 옆에 칼이 있어도 공격행동 보이는 아이가 없음
* 3그룹은 무관심한 행동을 보인다.
- <결과> 6명 모두 무관심한 행동, 공격행동 보이는 아이 없음
2) 도덕성에 관해서만큼은 아이나 어른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익명성, 시간의 촉박함, 경쟁이 아이의 도덕성을 자극한다.
어른들은 거기에 더하여 상황논리와 변명까지 더한다.
3) 우리 사회는 정답만을 제시하며 가르칠 뿐이고 그 정답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7. 숨겨진 소수의 이야기
다시 스탠리의 실험, 35%의 사람들이 300V에서 버튼 누르기를 거절했다.
선생님의 어릴 적 추억들이 다 담겨 있는 사진인데, 너무 아끼는 가족 사진인데,
"OO야, 이것 좀 찢어줄래?
13명 중 11명은 한다고 했지만 2명은 끝내 거절했다.
" 허허, 나 이거 안 찢고 싶다. 어렸을 적 모습을 모르잖아요. "
스스로 자신의 정직을 확인하는 순간만큼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인간은 좋은 것을 택할 줄 안다. 무엇이 더 가치있는지에 대해서 이미 아주 어릴 적부터 택할 줄을 안다.
만약 좋지 않은 행동을 하면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안다. 이 부끄러움은 도덕성의 다른 얼굴이다.
인간에게는 어째서 도덕성이라는 것이 있을까?
"인간의 마지막 마무리는 도덕성이다. 도덕적이지 못하면 이 세상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얼마나 조금 더 도덕적으로 가치롭고 의미있게 살았는가 하는 것이 삶의 요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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