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key 걷다_2011_ 35days/My Route

Turkey, 土耳其. 비로소 터키로.

Minking 2011. 7. 14. 16:35

3일밖에 남지 않았다.
타이완에서 출발해 터키와 이란으로 가는 길.
대만은행 visa 카드도 만들었고 이제 환전만 하면 된다. 터키 이스탄불을 거점으로 하여 터키 서부와 남부, 그리고 동부와 이란을 묶어 돌아보고 그 사이에 그루지아나 불가리아와 같은 나라들을 좀 더 둘러보는 정도의 큰 계획을 세워 놓았다.
특히, 터키에 있는 소아시아교회들도 둘러보려고 한다. 성경에서 본 그 교회들을 직접 가보다니.

나는 어제 대만 친구와 생각지 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친구는 내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또 다른 누군가가 믿는 석가모니와 결국 같은 다리, 즉, 신에게로 가는 같은 다리이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모자란 지식이지만 내가 이전에 듣기로 불교는 결론적으로 신본주의보다 인본주의에 가깝기 때문에 무신론에 좀 더 근접한다고 들었지만 그것까지 중국어로 설명할 재간이 없었다. 결국 창조주되신 당신께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고 그 여러 갈래 중에 나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다리를 거쳐 가는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사실 그 논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기 전에 내가 아주 오래도록 믿어 왔던 생각이었다. 기독교 복음의 배타성이 싫어 나는 더욱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오직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통하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하신 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곧, 그 외의 길에 대해선 과감히 거절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것이 가능하나 마지막 한 가지 거절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이었다. 오직 그리스도 예수만이 길이요 진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
그의 논리에 잠시 예전 내가 믿어 왔던 그 무엇이 오버랩되어 휘청했다. 그리고 피조물된 내가 창조주되신 당신을 언젠가 만나게 될 그 때까지 어쩌면 이에 대한 궁금증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도박과도 같은 일이고 그 한 가지에 내 인생을 건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도전이라고도 여겨졌다. 과연 기독교는 왜 그토록 그리스도 예수만이 메시아라고 하는가? 하나님께로 가는 길에 왜 다른 루트는 허락되지 않는가?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 온 '하나님의 큰 일'을 꺼내어 다시 읽었다. 읽다가 잠이 들었다. 평소같으면 너무 두껍고 지겨워 다시 들춰보지 않을 내용인데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아예 루이스의 mere christianity를 다시 꺼내어 읽기로 했다. 아니, 페이퍼북이니 이번 여행에 이걸 가져가기로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받아들인 뒤 나는 이제 꼬박 7년이 되었다. 나는 그 후로 내 삶의 기준과 방향이 완전히 전환되는 놀라운 경험이 있었다. 가장 바뀌기 어려운 것이 사람인데 그 사람 중에서도 내가 바뀌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더 이상의 기적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전에 내가 어떠했는지는 다 일일이 고백하기가 부끄럽다. 나는 인간이 가장 부드럽고 선할 수도 있지만 또한 가장 연약하며 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것은 볼 것도 없이 내가 그러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을 그토록 불완전하게 만들어 놓으셨다. 그리고 죽음이 가장 단적인 결정체다. 당장 1분 뒤 내 삶이 죽음으로 바뀔 수도 있다. 죽음과 삶은 결국 하나라고도 하지만, 막상 삶 저편에 놓인 죽음에 대해서 단순히 삶의 연장선 위에 놓인 또 다른 삶의 형태라고 보기엔 그 모험도 역시 너무 크다. 내가 언제 삶을 마감하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은 가장 단적으로 날 겸손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인간은 작고 연약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된다.

이번 여름 터키로 가는 길은 곧 근원적으로는 다시금 당신께로 가는 길이다. 여행이란 단적으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지성과 영성과 감성의 한계를 넘어서서 내가 보아야 할 것들을 보게 하시기를 기도한다. 따지고 보면 이 여행을 두고 특별히 짐을 싸 넣을 것도,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는 것 같다. 약간의 옷과 선글라스, 가이드북 두 권과 읽을 책 한 권, 복사한 시 여러 편과 복사한 성경책, 리코더 악보와 소프라노 리코더, 그리고 거기에 썬크림과 일기장을 넣어 가방만 메고 간다. 거기에 작은 카메라도 챙긴다. 거기에 마음만 두둑하게 준비해서 가련다. 그리고 사실 여행을 생각하며 문득 어제와 같은 제법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어제 내게 친구가 던져 준 물음은 이번 여행의 중요한 화두거리가 될 것도 같다.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을 통해 또한 하나님께서 보여 주실 더 넓은 세계가 기대되기도 한다.

더 겸손하게 한 발, 한 발 걷다가 와야 되겠다. 더 크신 하나님을 경험하고 왔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여전히 자유롭고 행복한 나를 마음껏 누리다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타이완에 돌아와 다시 만날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좋은 친구들에게 따뜻한 빛을 전해 줄 수 있었으면 한다.

2011년 7월 14일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