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중심시간경영 / 황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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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루어진 삶, 아직 살아야 할 삶
Ⅰ.내가 책을 읽고
'복음과 상황'이라는 월간지 편집장이신 황병구 선생님의 책이다. 책날개에 실린 이력을 살펴 보니 더 많은 일들을 하신 분이었다. 많은 일을 한다고 다 잘했다 말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일들을 그렇게 깊이있게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초대 CBS 방송국 PD, 기독노래운동과 선교한국에 투신해 그 유명한 찬양집 '많은물소리'를 만들었다. 감탄이 나오는 다양한 프로필이다.
시간경영법과 같은 자기계발서는 워낙에 서점에 깔렸고 그 깔린 책 중에 굳이 이 책이어야 했던 이유는 없었다. 좋으신 분이 주셨기에 읽어내려 가는 중에 생각지 못한 기쁨과 또한 개안의 은혜가 있었다. 처음으로 읽은 시간경영에 관한 자기계발서였지만 앞으로 다른 것을 찾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느낄 만큼 저자의 시간철학이 매끄럽고 또한 그것이 나에게 와닿았다.
무엇보다 이 시대와 시간사용의 관계를 성경적인 관점으로 읽어내려고 했던 저자의 관점이 참으로 탁월했다.
1. 시간활용의 두 축, 시계시간관리와 사건시간경영
저자는 시간활용의 두 축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즉 시계시간 패러다임과 시건시간 패러다임, 두 가지로 관점을 정리한다.
시계시간이란 저자가 말하길 '물리적인 양으로서의 시간에 대한 서구의 근대적 인식'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시간 개념이다. 이의 그리스어가 크로노스인데 chronicle(연대기), chronology(연대학)과 같은 단어가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반면에 사건시간이란 '시계라는 도구를 상정하지 않은 시대의 자연적인 시간'이다. 사건시간이 삶을 지배할 때의 일정은 '시계'가 아닌 '활동'에 따라 결정이 된다. 크로노스가 양적인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직절인 시간으로 대비된다. 그리스어로 이것은 '무엇인가 무르익어 가장 적합한 사건이 일어나는 때'라고 한다. 신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일컫는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카이로스의 생김새를 보면 앞은 머리가 많지만 뒷머리는 대머리인데 이것은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때 다시 잡기 힘들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2. 시계시간관리
시계시간 관리는 '성공을 위한 7가지 습관'에서 제시하는 관점이다.
4가지 영역으로 잘 알려진, 긴급하고 중요한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일을 구분한 뒤에 긴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부터 일을 처리해 나가라는 조언으로 유명하다. 개인적 비전, 셀프리더십, 자기관리, 대인관계, 공감적 대화, 창조적 협력, 자기쇄신의 7가지 바른 습관형성에 충실히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
3. 사건시간경영을 위한 세 가지 삶의 기술
이 책의 저자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관계'에 초점을 맞춘 삶의 세 가지의 삶의 기술을 A.R.T로 정리한다.
Availability, Responsibility, Trust의 약자로, 말놀이를 좋아하는 저자의 특성을 담고 있다고 칭찬할 만하다.
그 첫 번째인 Available ability는 쓸모 있는 능력,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능력쌓기 너머에 있는 기꺼움'을 말한다. 내가 가진 실력이 과연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의 안위 그 자체로만 쓰일 만한 능력인가, 아니면 주변 사람과 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인가, 하는 것.
두 번째는 Responsible Relationship. 책임있는 관계형성. 예수님이 그 제자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것에 주목하며 나의 유익을 위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억지스레 이어가는, 목적의식 분명한 관계형성을 경고한다.
세 번째는 Trust Time-management.
내가 시간을 계획하고 쓸 때 과연 그 안에 타인과의 관계는 어디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를 믿어 주고 도와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감안해 시간경영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시간의 목적은 자투리 시간을 구두쇠처럼 아껴서 일상을 빼곡하게 채우는 데 있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굳이 실용적인 관점으로 얘기하자면 '내 삶의 신뢰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4. 관계 중심 사건시간 경영의 틀
저자는 관계중심 사건시간 경영을 다음의 4가지로 구분하였다.
하나님과의 관계(예배가꿈),
이웃과의 관계 (서로가꿈),
자신과의 관계(하루가꿈),
세상과의 관계(열매가꿈)
이 그것이고 이것을 따라 소명라이프빌더라는 것을 개발했다.
5.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가치철학
- 악한 세대 가운데 빛이 되는 삶
그러나 저자도 경고했듯 관계를 또 하나의 관리대상으로 두어서는 안된다. 그의 ART 기술이 단순히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할 하나의 전략이 되지 않아야만 할 이유는, 그가 인용했던 성경에서와 같이 '이 시대가 악'하기 때문이다. 성공지향의 알뜰한 삶을 내려 놓고 나눔지향의 검소한 삶을 추구해야 될 목적이 무엇인가? 이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목적이 다시금 '나'를 위함이라면 이 책을 분명 잘못 읽은 것이다. 모세와 바울이 '세월을 아끼라'고 조언했던 그 이면을 파악한 마지막 장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여러 번 쳤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라고 말했던 모세의 기도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아껴서 살아야 한다는 훈계가 아니었다. 그 앞의 장을 살펴 보면 알 수 있듯,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시간은 영원하나 이 땅에서의 우리 삶은 유한하므로 이 땅에서의 수고와 영화가 대단히 일시적이라는 것이었다.
바울도 에베소서에서 말하는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5:16)는 부분이 단순히 시계 시간을 save(아끼는) 것이 아니라 사건시간을 redeem(구속하라)는 것이었다.
그냥 아껴서 되는 시간이 아니라 무엇인가 대가를 지불해야만 되는 시간으로서의 개념.
태초에는 온전한 모습이었지만 우리 죄성으로 함께 훼손된 피조물로서의 시간, 그리고 그냥 두면 흐트러지고 악해지는 관성을 지닌 시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지만 사람이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시간의 의미는 상대적이고 다양해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를 구하는 삶은 그 시간 역시 의로움으로 채워져 있고 죄로 가득한 삶은 그 시간도 죄로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빛의 자녀로 명명된 우리가 아직 구속함을 받지 못한 어두움의 시간 속에서 사는 그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랴? 이를 위해선 우리의 시간 역시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야 한다.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이미 그 분께서 치러주셨기에 우리는 그저 '고백'하고 '행'하는 것만 하면 된다고 저자는 일갈하였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하여 보라 너희는 열매 없는 어둠의 일에 참여하지 말고 도리어 책망하라(엡 5:8~10)
어둡고 악한 시대 속에서 과연 내가 시간을 경영한다고 할 때의 그 시간 역시 하나님 손에 붙들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분이 이미 정리해 주신 나의 정체성인 '주 안에서 빛'이라는 그 분명함을 믿고 삶 속에서 빛과 의로움을 추구하며 행하라는 것.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가지의 원칙'이 아니어서 오히려 더 곱씹을 것이 많은 저자의 시간 철학이 참 깊으면서도 명쾌했다. 그렇다. 시간을 아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게 주신 그 시간을 어떤 이웃들과 어떻게 나누었고 이를 위해 내가 어떤 희생과 헌신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검소한 지혜다. 저자가 자신에게 물었던 그 물음을 나에게 돌이켜 보자.
"민경아, 너는 악한 세대 속에서 세월을 얼마나 아끼었냐? 누굴 위해 또 무얼 위해 아끼었냐? 타락한 세월은 얼마나 바로잡았냐? 그 세월 속에서 헤매는 인생을 또 얼마나 건졌냐?"
Ⅱ.책이 나를 읽고
밑줄 긋기
1. 사랑에 대한 뿌리 깊은 갈망에도 불구하고 사랑 이외의 거의 모든 일, 곧 성공, 위신, 돈, 권력이 사랑보다도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우리 정력의 대부분이 이러한 목적에 사용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의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에히리 프롬 '사랑의 기술' 제 1장 중에서)
2. pro nobo : 선의로 행해진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기보하는 행위
3. 성의를 다해 진정성을 가지고 우리 일상의 사건과 활동의 의미를 새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p65)
4. 우리의 삶을 사건 시간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내 삶의 외적인 현상만을 바라보지 말고, 나의 내면과 삶 주변의 여러 관계와 세상이 내게 요구하는 것들을 함께 바라보는 연출가의 시각이 필요하다. 이제 나는 내 삶에 있어 PD(Producing Director)이자 PD(Planning Director)여야 하며, 그 이전에 PD(Pace Director)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최고의 PD였다.(p86)
5. 축적된 기록의 힘 (p89)
6. '목적이 이끄는 삶'이 시사하는 바, 서구적 스타일의 목적 지향의 삶에서 한발 비끼어 서서, 보다 정적이고 동양적인 가치로 더 합당하게 느껴지는 '의미가 충만한 삶'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사랑 안에서 사랑을 누리며 사는 사람은 사랑을 획득하기 위해 골몰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p146)
7.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 애쓰며 사는 삶도 아름답지만, 이제는 하나님 나라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서 거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나라와 의를 이루게 되는 삶이 더 귀하다고 우기고 싶다. (p147) (요 15:4~5)
8.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라고 느끼는 이들은 분명 조급할 것이다. 그들에게 삶과 시간은 당연히 유한한 자원이고 그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더 규모있게 더 생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당위가 존재한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이 있는 이들에게는 삶의 조급함은 어쩌면 불신앙이다. 그리고 무엇이 영원할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눈치만 있다면 우리 삶의 스타일은 무척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삶이 유한한 삶에서 영원한 삶으로 옮겨갈 때 그 강을 확실히 건널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곳에서도 유지되고 영속될 것이 확실한 사랑의 관계이다. 특별히 우리의 이웃들에게 베푼 사랑이야말로 영원토록 의롭게 기억되리라는 말씀을 접하게 된다. 우리가 우리 삶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이 남는 장사인지 역시 성경은 오래 전부터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p152) (단 12:3 읽기)
9. 알뜰하다는 것은 나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고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재의 욕구를 조절하는 것이다. 반면 검소하다는 것은 알뜰과 달리,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삶 자체가 간소하기에 굳이 절약할 의지를 발휘하지 않아도 가장 적은 비용이 드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빈핍하여서 소비력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소하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몫에서 이미 상당한 부분을 의미있게 나누었기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몫 자체가 적은 상태라는 것이다. (p234)
10.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는 그 공동체 안에 있는 연약한자들의 약점이 다른 연약한 자들의 나눔으로 감당되어 누구도 낙오하지 않는 공동체다. (p243)
11. 교회는 사회 안에서 다수일 수도 소수일 수도, 또한 권력에서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ㅇ느 교회는 사회적 갈등 속에서 약한 자의 요청에 더 민감하게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한 자들의 요청에 민감하기 위해서는, 젊은 날에 그들 편에 서는 것을 자꾸 연습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연습이 필요없게 되는 경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연약해지는 것이다. 교회가 연약해지는 것이다. 알뜰하게 훈련하고 양육하여 언젠가 대형교회가 되려고 하는 근본적인 메가 처치 성향을 버리는 것이다. (p244)
12. 결국 수많은 인맥관리 서적이 권하는 방법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를 통찰해야 한다. 내가 거기 서 있다. 이제 관계마저 세속적 성공을 위한 인맥 쌓기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때가 악하다는 사도 바울의 충고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잘 가꾸어야 하는 궁극의 이유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Know-why인 것이다. 우리가 왜 관계를 통해 삶을 바라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예수님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으뜸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시는 '섬김'이라는 역설적 진리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꾸어야 할 귀한 관계를 허락하신 이유는 바로 '섬김'이었다. (p249) (마 20:20~28 읽기)
13. 세월을 아끼는 데 발휘해야 하는 지혜는, 하루를 계산하고 자투리 시간을 배분해서 일주일, 한달, 일년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야 하는 알뜰한 기술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시간을 어떤 이웃들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내게 어떤 희생과 헌신의 대가가 따라오는지 계수하는 검소한 지혜다. 그리고 그 대가를 기쁘게 치르기로 기꺼이 순종하는 심플한 용기이다.(p255)
14. 하모니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때 더욱 아름답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은밀한 중에, 나 자신과의 관계도 신독의 자세로, 이웃을 돌보는 일도 티나지 않게, 그리고 세상에서의 성공도 겸손히 거둔다면, 그 인생의 하모니는 혹 여릴지라도 큰 감동을 줄것이다.(p259)
15. 지휘자를 봐야 한다. 우리 삶의 기획자이자 연출자이자 조정자인 그 분이 우리 삶을 지휘하고 계시다.(p260)
나에게 던지는 질문
1. 나는 나의 능력을 의미있게 사용한 적이 있는가?
2. 나의 MBTI유형은 E(I)NFP인데, 나에게 유난히 없는 S(객관적인 사실 정보)와 P(갈등이나 위험 상황에 처할 때 그 원인파악과 해결을 위해 이성을 활용함) J(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것을 좋아함)의 성향을 어떻게 좀 더 채워 갈 것인가?
3. 나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둘리 서재에 입각한 소장가치 ★★★★★
▒ 이 별의 기준은 철저히 나의 취향임을 애써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