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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南 운남걷다_2011_20days

이번 겨울여행의 여정

by Minking 2011. 1. 13.

<사진: 책 '로드 투 샹그리라' 중>


‎1/22~23. 台北。
1/23~2/9. 云南城。大理/丽江/香格里拉。


이번 겨울 배낭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샹그리라'다.
타이뻬이도 오래 다녀 볼 곳인데 어쩌다 이번엔 깍두기 신세가 되었다. 다음에 제대로 다녀 봐야겠다. 이번엔 브라질 아이 Kelly 를 만나 타이뻬이 시내를 구경하고 주일에는 그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가서 예배 드리기로 했다. 켈리는 부모님이 타이완 사람이지만 브라질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중국어를 배우려고 6개월간 여기 와 있다. 까오숑에서 3개월을 보내고 벌써 3개월이 지나 타이뻬이에 가 있다. 이제 2월이면 다시 브라질로 돌아간다니 조금 아쉽다. 볼수록 참 예쁘고 좋은 아이인 것 같다. 이렇게 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될 줄 미처 생각 못했다.

그래, 샹그릴라가 대체 어떤 곳일지 대충 감은 오지만 정말 눈으로 보면 나 같은 사람은 울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대부분의 그림 같은 그 곳의 풍경은 봄, 가을, 여름이라 아마도 겨울의 샹그리라는 많이 춥고 황량할 것이다. 거긴 밤이 되면 이미 영하라고 했다.

'마음의 해와 달이 뜨는 곳' 이라는 뜻을 가진 전설 같은 이상향. 샹그리라.
사실 샹그릴라를 진작부터 알고 있어서 거길 가려고 또 진작부터 계획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뜻하지 않게 운남이 내게 와서 말을 걸었고 들어 주었을 뿐인데 생각보다 여기가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서 벌써부터 나는 김칫국을 많이 마시며 감사해 하고 있다. 중국 소수민족의 절반이 사는 곳, 유네스코 지정 자연문화유산이 세 개나 있고, 군데 군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들이 잔뜩 잔뜩 저장돼 있는 곳.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데 타이완에 와서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에 살짝 빠져 그만 이번 여행도 혼자 가게 되었다. 사실 동행할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 것도 같다. 가서 만날 수도 있겠고 못 만날 수도 있겠고, 안 만날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천천히 걷고 차도 타고 말도 타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쓰고 왔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진짜 자연을 만나고 창조주의 손길을 만나고, 건강히 잘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좀 구식이라 도무지 인터넷에 뜬 여행기 정도로는 성에 차지도 않고 검색이며 뭐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한국에서 잔뜩 책을 부쳤다.
읽고 있는 책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운남 고원에서 보내는 편지, 로드 투 샹그리라,
가져 갈 책은 론리플래닛 운남편, 올댓 차이나 운남편, 백배즐기기 운남편 분철.
그 외에 거기서 일주일에 1권 잡고 읽을 책 두 권을 엄선해 가져 가서, 읽고 나서 기록한 뒤 게스트하우스에 주고 올 생각이다. 리코더를 가져 갈 계획이다. 몇 곡 계속 불러 보고 있다. 오늘은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 주제곡을 들었다. 영화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 곡이 메인테마라면 영화가 조금 슬프고 안타까운 결말일 것 같다. 어쨌거나 소리는 아름답다. 나는 요즘 리코더를 더 좋아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조금 더 제대로 리코더와 만나고 싶다. 우선 나무 악기를 사고 싶고 리코더 전공자를 한 번 만나 보고 싶다. 어떻게 연습했는지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아 볼 생각이다. 나는 여럿이 함께 연주하는 것에 별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 불어서 여러 사람이 같이 연주하는 모임에 꾸준히 다니며 즐거워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악기로 같이 연주하는 것을 한 번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요즈음 가슴 뛰는 일이 많아서 참 감사하지. 어른이, 아이가, 한겨울에 피어 있는 타이완의 작은 꽃들과 큰 꽃들이, 그리고 일주일 남은 내 여행지의 사진들이, 여행책자의 작은 한 구절이, 내 가슴을 두드린다. 이번에도 가슴이 거세게 뛴다.

                       으흠, 진정 심장이 두 개 된 것 같다.


1월 12일 (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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