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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나의 힘/뜨끔2

선생님께 선생님,접니다. 열세 살이던 중1때 저를 만나주셨으니 올해로 18년이 지났습니다. 열 여덟해라니요. 믿기지 않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 정호승의 시를 가르쳐 주셨던 스물 일곱살 선생님의 정서가 제게 여전히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선생님 같은 그리움의 언어로 시를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춘문예에 도전해 보았지만 별 성과는 없었습니다.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님에도 12월과 1월 초는 조금 이런 서운함에 휩싸입니다. 그 도전 덕분에 어쩌면 매해 시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로 열매맺고 싶었던 여운은 늘 언저리에 남아 있습니다. 대만에 살면서 이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너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얼른 한국에 한 번 .. 2012. 1. 13.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었다. 무작정 시를 좋아하게 된 것을 대략 헤아려 보니 처음 눈이 맞은 지 10년이 더 넘었다. 처음에는 아리송한 맛에 마냥 멋이 있었다. 한국의 대표명시집을 사서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인의 시집을 하나 둘 다시 사서 읽었다.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시집도 읽었다. 인생이니 사랑이니 아무리 말해 주어도 깊이와 뜻은 쉬이 파악할 수 없는 열 몇 살 중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대학에 물을 먹고 처음으로 겁도 없이 시를 써 보고 싶어졌다. 독서실에 앉아 시인 흉내를 내다가 결국, 잡문에 쓰레기 같은 감정만 흘러 넘치는 것을 참아 내기 어려워 그만 뒀다. 대학에 가서 문학 동아리에 들어 갔고 1년도 안 되어 나왔다. 나는 뭐든 끝까지 할 수 없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끈적끈적하다고 소문난 무기력들.. 2011.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