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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나의 힘/마음으로찍은사진 Photo6

내가 만난 꽃-02 5월 한 달동안 월요 새벽 기도의 기쁨에 빠져 있었다. 마음이 기쁘면 분명 같은 대상인데도 달리 보인다. 이 날은 교회 앞에 놓여 있는 화분들 하나 하나가 생명체로 보였던 날이었다. 시들어 가는 백장미에게서 말할 수 없이 깊은 연륜을 느껴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이 댔다. 아마도 저 갈색은 끝을 향해 가는 '시듦'이 아니라, 언젠가 시로 썼듯 가장 고매한 상태, 그 절정을 향해 詩들어가는 '詩듦'이 아닌가 싶었다. 2011. 6. 29.
내가 만난 꽃-01 아마도 망초 같은 것이지 싶다. 길가 틈만 보이면 어디든 피어 있는 게 참 망초스럽다. 교회에서 씨를 받아다가 심었더니 금세 꽃을 피웠다. 2011. 6. 29.
까오슝 천주교회당 만약 빛이 없었다면 이토록 예뻤을까? 나는 빛이 좋다. 2011. 6. 6.
한국의 소리 해외한국학교 교사로서 안타깝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국악에 대해 무지하다. 국악실력을 보고 날 부르지 않으셨다는 데에 대해 안도할 뿐이지만 종종 나는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할 때 내 안에서 이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무지함에 답답해질 때가 있다. 선과 선의 경계가 없이 넘나들기 여념없는 국악 특유의 리듬은 너무 좋았지만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었다. 북도 이번에 가르치기 위해 처음 잡게 된 것이다. 올해 3월부터 아이들과 함께 앉아 북을 배웠다. 내 마음 역시 사뭇 진지한 아이의 마음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너무 잘 가르쳐 주시는 좋으신 선생님 덕분에 나도 북 치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북과 장구를 집중해서 배워 보고 싶다. (2011. 5.) 2011. 6. 5.
내가 사는 마을 내가 사는 동네를 Lx5로 좀 찍어보려고 한다. DSLR은 너무 무거워 자연스럽게 갖고 다니기가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서 장만한 이 조그만한 카메라. 처음에는 너무 정이 들지 않아서 잘 때 끌어안고 자기까지 하며 정을 들였더니 조금 나아졌다. 솔직히 DSLR과 비교하니 내 5년 전 똑딱이보다 특별히 더 잘 찍히는 것 같지는 않고 좀 더 선명한 감은 있다. 하지만 가끔 하늘색을 긴하게 잘 잡아낼 때가 있고 렌즈 색감이 캐논 ixus하고 다르다는 느낌을 조금 받는다. 색보정은 최후의 수단. 내 마을은 꽤 오래된 곳이다. 내 사는 집도 27년이나 된 집이다. 여기서 앞으로 살 날이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르니 일단 동네를 많이 섭렵해 둘까 한다. 高雄市鹽程區大智路 우리동네. 2011. 6. 5.
작은 생명 교회에서 씨를 가져다가 심었다. 이파리만 끊어다가 심은 것도 있지만 사실 처음엔 거의 가망없어 보였다. 놀랍다. 해를 향해 모두 꽃을 피웠다. 이틀만 물을 걸러도 '살려달라고' 온몸에 시든 기색 역력하며 물을 한 컵 떠다가 부어주면 타들어가는 목구멍으로 물이 들어가는 형세가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심지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랑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이 그리 보기 좋다는 어느 옛말을 나는 약간 알 것도 같았다. 희망의 꽃, 매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피워 올리는 나의, 희망꽃. 오늘도 내게 삶을 주시니 감사하다. (2011. 5. ) 2011.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