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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소한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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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적 읽기3

고은, <마치 잔칫날처럼> 돌아와 주세요 - 5부 앞부분을 읽고 돌아보는 일 한참 뒤를 돌아보았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뒤만 자꾸 되짚어 보았다. 그런데도 지나온 날들이 잘 헤아려지지 않았다. 십수년 교과서에서 배웠던 그대로를 대부분 따르며 순순히 살았다. 무엇엔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가올 미래를 위해 힘껏 살아야 된다고 배웠다. 미래의 기둥이라는 아이들을 다독이고 기대하면서 그 힘으로 다시 버텨 왔다. 그래도 나름대로 자부하면서, 저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으면서 한편으로는 무엇인가를 믿고 싶었다. 이 쌓아가는 시간의 주름만큼 반대급부의 희망이 있으리라 믿고 싶었다. 그렇게 이어가다 보면 지금은 잘 이해되지 않는 현실 너머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멈출 수밖에 없었다.. 2014. 11. 27.
비의 여러가지 이름들 비의 여러가지 이름들 소나기: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 산돌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오는 듯한 소나기 웃비: 좍좍 내리다가 일시 그치는 비 작달비: 굵고 거세게 퍼붓는 비 장대비: 빗발이 굵게 좍좍 내리는 비 발비: 빗방울의 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억수: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궂은비: 날이 흐리어 침침하게 오랫동안 내리는 비, 축축하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장맛비: 여러 날 계속하여 내리는 비 큰비: 오래도록 많이 쏟아지는 비 가랑비: 이슬비보다 굵으나 가늘게 내리는 비 이슬비: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 는개: 안개비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좀 가는 비 안개비: 안개같이 가늘게 오는 비, 분무기에서 내뿜는 물방울 크기로 오는 비 보슬비: 바람 없이 보슬보슬 조용히 내리.. 2011. 11. 7.
나귀의 눈물 - 조병화 나귀의 눈물 -모로코 어느 농촌에서 조병화 나귀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안으로 안으로 소리 죽이며 보이지 않는 눈물로 신세처럼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짐을 나르고, 허드레를 나르고 가난한 주인을 나르고 하라는대로 하며, 순순히 시키는 일 다 해가며 주는대로 먹으며 허기져도 허기지다, 말 한 마디 못하고 그저 온종일 일을 마치곤 허름한 외양간에서, 혼자 글성글성 잠이 드는 나귀 별이 돌고, 해와 달이 도는 무궁한 천체 속에서 먼지와 같이 떠도는 이 지구, 지구 위에 눈물이 없는 생체가 어디 있겠소마는 둥글둥글 눈알에 가득히 온 하늘을 비치며 별과 달과 해를 굴리며 인간의 눈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운명처럼 우는 나귀 나귀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나요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깊이 스스로를 감추고 .. 2011.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