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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이 나를 읽어 BookLog

<약간의 거리를 둔다> 리뷰

by Minking 2019. 3. 27.
매일 이렇게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몸에 좋은 알약 같은 책이다. 짧게 간결하게 내 삶을 들여다 봐 준다. 작가의 문체가 귀에 대고 말하는 정도의 구어체로 읽힌다. 최대한 언어의 간격을 좁히려 애쓴 역자의 능력이 곳곳에서 느껴진 대목이 많았다.
때마침 나에게 와닿은 대목들이 많았다.
일일이 써 보지 못하더라도 예를 들어,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은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수용했다는 너그러움이다.
같은, 그 평범한 단어들이 모여 만드는 문장의 진정성이 좋았다.

어떤 운명으로부터도 우리는 배운다. 그것을 배우지 못한 인간만이 운명에 패배하는 법이다.
나와 세상의 대답이 다른 이유는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정답이 틀려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외부 의견에 일일이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자칫 꼰대가 되어도 충분히 되었을 법한 여러 문장들은 결코 그렇게 사장되지 않는다. 그녀의 삶이 곧 그 언어의 둥치여서, 삶으로 먼저 언어가 여과되게 만들고 그 무게만큼 더 읽힌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여전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서 있든 잘 살아 내야 할 것이다. 모든 작가가 다 그 문장의 무게만큼을 잘 살아내는 것은 지나친 환상이자 욕심이겠지만 언어 이면으로 그가 해 온 작업들을 토대로 짐작해 볼 때, 귀담아 듣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기대하지 않고 여러 구절마다 마침 내 마음을 맞댄 듯한 기분에서 오는 통렬함, 감사 같은 것을 하게 한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마침 나에게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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