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일을 기억하기로 한다
#20201004
엊그제에 이어 다시 무엇인가를 기억하기로 한다.
오늘은, 덴마크 무궁화가 진 순간을 3번째로 보았다.
엊그제에도 졌지만 마음으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본 것이 다 경험이 되지는 않는다.
본 것을 마음에 담고 마음에 담은 것을 다시 머리에 담기로 마음먹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그것이 기억된 경험으로 나에게 남는다.
그러니, 어제도 보았긴 했지만 굳이 기억하자고 마음을 먹지는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수십 번을 보았을 때야 비로소,
나는 덴마크 무궁화가 지는 걸 몇 번 봤어, 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덴마크 무궁화가 이미 져 버린 순간 바닥에 낙하한 그 모습을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가지 위에 달려서 지기 직전의 순간에
내가 약간의 힘을 가해 그걸 받아서 마지막으로 보낸 순간을 기억해 보기로 한다.
그게 잘한 일 같지가 않아서 다음 번엔 절대 그러지 않기로 다짐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그 마지막 순간을 굳이 지켜보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식물의 피를 흘리게 한 그 미안함이 남아 있다.
풀 베는 냄새를 맡을 때의 그 고마움과 미안함처럼.
페이스북에 꽃이 진 이야기를 짧게 기록했다. 가끔 쓰는 페이스북은 나에겐 이제 오래된 손바닥 일기장 같은 곳이 되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어차피 누군가를 위한 글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받고 싶은 마음을 생각하면
내밀하면서도 약간은 교감하고 싶은 공간. 그래, 굳이 비교하자면 백업도 전혀 못해 기억에만 남은 세기말 싸이월드가 저커버드 덕에 세기초로 넘어온 느낌이기도.
가을이어서 더 그럴 것이라고 믿지만 지는 꽃을 보는데 마음이 어쩐지 쓸쓸하고
그리고, 누군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금은 그 누군가가 누군지 굳이 쓰지 말자. 생각을 더 아로새기고 도드라지게 하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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